김규항 – 한 역사의 마감 中

그러나 민노당이 성공적으로 출발한 시기는, 동시에 97년 구제금융 사태와 함께 본격화한 신자유주의 개혁이 한창인 시기였다. 한국의 진보정치는 시작과 동시에 계급 타협이라는 그 체제적 기반을 잃고 쇠락의 도정에 선 것이다. 이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진당, 노동당, 녹색 정의당 등의 역사는, 수많은 사연이 있지만 크게 보아 도리없는 쇠락의 역사다.   세계 역사에서 진보정치 운동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더 보기

메이팅 마인드 中

자선의 기원이 성적 과시임이 드러났다고 해서 자선의 사회적 자리매김이 폄훼되어서는 안된다.  <중략> 우리는 과시행위를 통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성취하려는 본능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우리는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로서 과시적 소비보다는 과시적 자비를 선택할 수 있다. <중략> 배고픈 백 명의 영혼이 비싼 자동차 주위를 맴돈다고 상상하면, 고삐 풀린 소비주의의 성적 매력이 얼마간 줄어들 것이다. 명품은더 보기

Either democracy or responsibility

김규항씨는 최근의 글에서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를 가져온다고 믿는 것은 맹신이며, 민주화의 의의는 인민이 내린 선택과 결정을 오롯이 그들이 책임진다는 데 있다 이야기하였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백번 맞는 말이다. 우리의 어린이집은 과두정과 민주주의를 오간다. 다들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 싫기에 운영위원회를 선출 후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일임하지만, 본인의 주요 가치가 타인 혹은 과두의 선택에 의해 훼손되는 순간 민주정신더 보기

정희진 –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中

(전략)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비판이 불가능한 사회운동 내부의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내가 서른 살에 단체 활동을 그만둔 이유는, 사람이 하는 일과 사람의 질은 반비례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래 문제가 많은 사람이 사회운동으로 도피하거나 삶의 진지로 작정한 경우도 있고, 활동 과정에서 망가지고 타락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런 인간사다.더 보기

좌절감과 분노

저는 이럴 때마다 좌절감을 느낍니다. 절대 변하지 않거든요. 남의 말을 들으면서 변화할 생각이 없는 것은 늙은 꼰대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각설하고, 연대를 하려고 해도 온갖 트집을 잡으며 쳐내는 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정의당원 생활 중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입니다. 그건 사실상 연대가 아니에요. 취사선택이지. 영화 런던 프라이드에서 탄광노동자들이 LGBT와 연대하는 감동적인 장면은 최소한 정의당더 보기

근황 보고

아무래도 내가 온라인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특정한 감정인가보다. 결혼 이후 홈페이지 사용이 멈추다시피 했는데, 2년 전에는 SNS도 중단했던 차이다. Covid 19 이후 우리 병원도 위험 앞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언제든지 병원 폐쇄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나도 병동당직과 선별진료소 근무를 간간이 하게 될 것이었고, 집단감염이 발생한 때는 둘째 임신이 확인된 지 한 달도더 보기

강준만, 강남좌파 2 중

사실 이중인용이다.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 저)에서 따온 문장 “욕망을 감추고 살다 보니, 남의 숨겨진 욕망이 자꾸 눈에 밟혀서 상대방의 욕망을 들춰내고 난도질하는 데 귀신같은 능력을 보여줍니다. 명예는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면서도 남의 명예를 무너뜨릴 때는 억지 추론과 논리 비약을 거듭합니다. (중략) 그리고 다들 이렇게 생각하며 삽니다. ‘나는 뜨고자 하지 않았으나 떴다. 그러나 나를 제외하고 세상에 뜬 모든 사람들은더 보기

행복의 조건 – 조지 베일런트

(과거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 예스24에 남아있어서 복원함.)   브라쇼브에서 부카레스트로 가던 3시간 예정의, 허나 그 시간에 덧붙여 2시간동안 움직이지도 않던 루마니아의 기차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숨막히는 구성이었다거나 매력때문이 아닌, 감수자 ‘이시형’의 이름을 문득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본과 1학년 여름방학 어느 웹사이트에서 누군가 강북삼성병원의 정신과가더 보기

유럽 도시 기행 1. – 유시민

작가/예술가는 상상력의 인격화이자, 결정체다. 더 나은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이 현실적 실현 가능성의 한계 앞에 멈출 때, 작가는 제한 없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사회를 노래하고 그린다. 인문학자와 작가가 이상주의와 상상력을 잃고 소매상이나 기술자로 전락할 때, 그들이 제도 정치인의 꽁무니나 쫓고 예민하고 성찰적인 시민들이 그들보다 오히려 전위일 때, 그들은 죽음을 맞는다. 김규항의 글 ‘전위의 떼죽음’ 중 책을 읽다더 보기

작은 죄책감

개인적으로 나는 내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로서의 길을 후회하지 않은 지는 오래 되었으나, 검진센터 의사로서의 업무는 사실 아무 보람도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사회 의사로서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실천하고자 격렬히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어제는 당직을 섰다. 특별히 힘든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 일찍부터 발생하는 외부의 소음과, 혹시 모를 병동콜의 압박은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