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ther democracy or responsibility

김규항씨는 최근의 글에서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를 가져온다고 믿는 것은 맹신이며, 민주화의 의의는 인민이 내린 선택과 결정을 오롯이 그들이 책임진다는 데 있다 이야기하였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백번 맞는 말이다.

우리의 어린이집은 과두정과 민주주의를 오간다. 다들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 싫기에 운영위원회를 선출 후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일임하지만, 본인의 주요 가치가 타인 혹은 과두의 선택에 의해 훼손되는 순간 민주정신 아래 굿판을 벌이는 상황을 한두번 본 것이 아니다. 뭐 나도 그러해 왔고, 그러면서 자신과 다른 이들을 마주하는 것도 꽤나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누군가의 주장이 크든 작든, 부드럽든 강하든 간에 그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데 있다. 타인의 불편과 질시, 대화의 단절, 뭐 이런 결과들도 존재하지만 부수적인 것 뿐이고, 사실 어린이집에서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 하면, 결국 존속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이냐는 것이 되지 않을까? 인구 감소에 시달리며 운영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년 원아 수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그들은 아직 이 현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모른다면 나이브한 것이겠고, 알면서 무시하는 것이라면 직무유기이다.

그들은 민주주의자들일까?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강하게 주장하고, 일부분 굽히기도 하지만, 본질은 타협하지 않음에 있었다. 결코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무기로 대화하는 이들에 대해 무엇이라 칭해야 할까. 민주주의자를 참칭하는 원리주의자? 아예 무식한 극우들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어느 정도 배운 이들이라면 대화를 하다가도 문득 분노가 치밀어오름을 느낀다. 또한 아무 의견이나 던져놓고 책임지지 않는 자들에게도. 문제는 이 모든 분노가 수동적이라는 것.
그들은 결코 모를테지.

“Either democracy or responsibility”에 대한 한개의 댓글

  1. 주인08/02/2024 21:15응답

    마음은 바뀔 수 있으나 기록은 삭제하지 않는다. 그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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